러시아어의 발음은 강세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는데, 러시아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심한 경우, 강세가 있는 소리만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강세는 그 특성상 시와 노래의 운율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작시법-운율을 만드는 방식을 최초로 확립한 것은 러시아의 학문사에 있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 견줄만한 미하일 로모노소프였다. 그는 러시아 전통의 강세시(각 시행이 일정한 수의 강세를 갖는 운문)에 독일시의 작법을 혼합하여 '음절강세시'라고 하는 러시아의 작시법을 가다듬었는데, 이 방식이 현재까지도 러시아 작시법의 기본이 되고 있다.

음절의 수는 모음의 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음절강세시란 강세가 있는 음절과 강세가 없는 음절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여 운율을 만들어낸 시다. 따라서 실제 단어들의 음절수보다는 강세의 위치에 따른 적절한 단어 배치가 요구된다. 음절강세시는 크게 2음절, 3음절, 4음절의 강세를 이용한 율격으로 나뉘는데, 러시아 시문학에 있어 가장 널리 쓰이는 2음절, 3음절 율격의 형식을 요약하자면, 2음절은 강약, 혹은 약강이 반복되는 구조, 3음절은 강약약, 약약강, 약강약이 반복되는 구조가 주로 사용된다. 물론 이 방식에는 몇가지 변형들이 있으며, 이 변형을 통해 시인들은 독특한 자신만의 운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에서는 '시적 허용'이라는 것을 통해 시상의 표현을 위해 많은 비문법적인 어휘나 표현들이 사용될 수 있다고 하지만, 러시아어의 강세에 대해서만큼은 이러한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각각의 단어가 가진 고유한 강세의 위치는 시 속에서도 변형이 없어야 하고, 이러한 강세가 정확히 지켜지는 가운데 만들어진 운율을 통해 시상을 표현할 때 가장 '시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러시아시들은 이처럼 정확한 운율이라는 형식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언뜻 보아서는 행길이(연길이)가 다양해보이는 시조차도 분석을 해보면 놀라울 만큼 정확한 음절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운율적 특성에 힘입어 수많은 작곡가들이 러시아시에 곡을 붙여 불렀고, 이렇게 만들어진 곡들 가운데 상당수가 '민요'라 할만한 수준으로 오랫동안 널리 불리게 되었다.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민속음악와 소위 '가곡'이 쉽게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러시아인들은 이처럼 널리 불리는 노래에 대해 통칭 '로만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Прощание славянки (슬라브 여인의 이별인사)는 행진곡으로서, 거의 변형이 없는 운율을 가지고 있는데, 러시아시의 운율 가운데 하나인 3음절의 약약강 구조와 2음절의 약강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곡의 가사에 쓰인 단어들의 강세는 이러하다.

Много
песен мы в сердце сложили,
Воспевая родные поля.
Беззаветно тебя мы любили,
Святорусская наша земля.
Высоко ты главу поднимала -
Словно солнце твой лик воссиял.
Но ты жертвою подлости стала -
Тех, кто предал тебя и продал!     

ПРИПЕВ
:
И снова в поход!
Труба нас зовет!
Мы вновь встанем в строй
И все пойдем в священный бой.
Встань за Веру, Русская Земля!

Ждет
победы России святыня.
Отзовись, православная рать!
Где Илья твой и где твой Добрыня?
Сыновей кличет Родина-мать.

ПРИПЕВ
.

Все
мы - дети великой Державы,
Все мы помним заветы отцов
Ради Знамени, Чести и Славы
Не жалей ни себя, ни врагов.
Встань, Россия, из рабского плена,
Дух победы зовет: в бой, пора!
Подними боевые знамена
Ради Правды, Красы и Добра!

ПРИПЕВ
.

(단음절 단어, 그중에서도 특히 접속사나 전치사처럼 일반적으로 강세가 오지 않는 단음절 단어의 강세 표시는 생략)

이 가사에서 모음부분만을 다시 떼어놓고, 거기에 강세 표시를 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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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되는데, 언뜻 보아도 정확한 운율이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렴 이외의 부분에서는 약약강의 율격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강세의 위치와 배치는 실제 단어의 음절수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
또한 모음만 떼어놓은 상태에서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하듯, 여기엔 압운의 몇가지 형태 또한 적절히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어의 이같은 운율은 노래나 시를 제외한 일반 회화에서도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양한 언어유희의 수단 가운데 하나인 것은 물론이고...
뿌쉬낀의 "예브게니 오네긴"은 5000행 이상으로 이루어진 운문소설인데, '오녜긴 연'이란 이름을 갖게 된 독특한 연 구성 방식과 압운법은 차치하고라도 이 소설의 전체가 2음절 약강 형태의 운율로 되어 있어 볼때마다 놀라는 작품..
심지어 러시아에는 '시어 사전'이 있는데, 그 사전은 강세에 맞는 다양한 유의어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사전이다.



러시아의 시를 보다보면 가끔은 수학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형식의 파괴에도 끌리긴 하지만, 그보다는.. 지극히 꽉 짜여진 형식 속에, 변형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만 같은 '답답함' 속에서 너무나 적절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단 몇 문장으로 모든 걸 담아버리는 러시아 시들은 내게는 절대 오르지 못할 산이자, 동시에 끝없이 바라보며 고개숙이게 만드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


뱀발 1:
외국의 운문이나 노래를 번역하여 들여올 때에도 러시아인들은 이러한 자국어의 운율과 작시법에 맞춘 번역본을 완성하기 위해 고심한다. 그러한 고심의 결과에 대한 일례로, 빠스떼르낙의 '햄릿'을 들 수 있다. '의사 지바고'의 저자로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일련의 일들로 인해 소설가로 더 잘 알려져있는 빠스떼르낙은 본래 시인으로, 소련내에서 작품 발표가 금지되자 외국 문학 번역을 생활 수단으로 삼았었는데, 이때 빠스떼르낙이 번역한 햄릿은 그 완성도면에 있어서 현재까지도 가장 뛰어난 러시아어판 번역본이다. 영국 왕립 극단이 햄릿을 무대에 올릴 때 빠스떼르낙의 햄릿을 가져다 원본과 대조해가며 원래 대사의 묘미를 더 잘 살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면에서 러시아의 번역 문학은 러시아 문학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뱀발 2:
자신들이 이야기를 하며 중점을 두는 곳에, 노래를 하면서도 정확히 중점을 둘 수 있는 이 구조의 적합성이 부러웠다.
'울밑에 , 봉선화'.... 전혀 중요해보이지 않는 '-야'가 길게 늘어지는 노래가 듣기 싫었다...
그래서 난 미안하지만,, 한국 가곡은 듣지 않는다.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 한국 성악가들의 소리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라디오로도 민요나 국악은 오히려 찾아가며 즐겁게 듣지만, 한국 가곡이 나오면 돌려버리고 싶은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